최근 APEC 정상회의 차 방문한 경주에서 화제가 된 이재용 회장의 일화가 있습니다. 리조트 카페 직원에게 3,2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은 뒤, 다시 돌아와 "맛있는 거 사 드시라"며 주머니에서 꼬깃한 5만 원을 건넸다는 이야기입니다. 직원이 이 돈을 '가보'라며 인증샷을 올린 이 사건은 훈훈한 미담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너머에는 날 선 반응도 존재했습니다. "재벌 총수가 고작 5만 원이냐?", "사람을 거지 취급하는 거냐?"라는 비아냥이었습니다.
글쎄요, 저는 그들에게 조용히 되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누군가의 3,200원짜리 호의에, 그 자리에서 15배가 넘는 금액으로 감사를 표해본 적이 있습니까?"
이번 사건이 유독 대중의 뇌리에 깊이 박힌 건, 철저히 계산된 '연출'이 아니라 무심코 나온 이재용 회장의 '본심'이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필자는 살면서 이 회장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반인은 상상하기 힘든 부를 가진 여러 재력가를 만나왔습니다. 그들을 지켜보며 깨달은 한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바로 '돈을 벌어온 과정이 그 사람이 돈을 쓰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만난 어떤 재력가들은 통장 잔고는 넘쳐났지만, 타인의 노력과 호의를 자신의 지위나 권력으로 당연시하곤 했습니다. 누군가의 땀방울을 헐값에 사거나 공짜로 누리는 것에 익숙해진 모습에서, 그들이 부를 쌓아올린 방식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5만 원 사건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으면 '감사하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 이 지극히 당연하고 소박한 기본기가, 한 나라를 대표하는 총수에게서 자연스럽게 묻어 나왔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부(富)란 단순히 통장에 찍힌 숫자의 크기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결국 돈을 어떻게 버느냐가 그 사람의 향기를 결정하고, 그 향기는 돈을 쓸 때 비로소 세상에 퍼지는 법이니까요. 5만 원이라는 액수 뒤에 숨겨진, 타인을 존중하는 그 따뜻한 마음가짐이 우리 사회에 조금 더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