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맛 감성"은 모든 브랜드의 친구가 아니다
최근 비비고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린 ‘터미널 댄스’ 광고 영상이 뜨거운 논란에 휘말렸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불쾌했다. 그러나 이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B급 감성’의 성공 여부가 아니다. 더 깊은 곳에 브랜드가 간과한 가치의 균열이 있다.
1. 비비고 광고 식품 브랜드가 지켜야 할 본질의 무게
식품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위생”, “안전”, “가족”이라는 신뢰의 3요소 위에 세워진다. 그 신뢰를 기반으로 소비자는 브랜드와 제품을 선택한다. 그런데 이번 광고는 ‘병맛’, ‘선정성’, ‘밈 문화’와 같은 유희적 코드로 소비자를 자극했다. 문제는 그것이 식품 브랜드의 본질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는 점이다.
식사는 공감각의 경험이자 감정적 행위다. 그 앞에 불편한 연출이 있다면, 브랜드의 전통이나 스토리텔링은 쉽게 무너진다. 콘텐츠의 실험이 브랜드 핵심가치의 훼손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그것을 브랜드 가치의 오염(Brand Value Contamination)이라 부른다.
2. 사과보다 중요한 건, 사전 예방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콘텐츠는 순식간에 확산된다. 그리고 그 확산의 속도만큼 ‘낙인 효과’도 빠르다. 한 번 부정적인 인식이 형성되면, 그것은 단순한 해명이나 사과로 지워지지 않는다.

특히 이번 사례는 법적 문제가 아닌 ‘명성 리스크(Reputational Risk)’였다. 콘텐츠가 어떤 ‘사실’보다는 ‘느낌’으로 소비되는 시대에서, 윤리적 기준과 문화적 감수성은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축이 되었다.
3. ‘확신 편향’은 팀보다 위험하다
광고 기획자나 마케터가 ‘이건 재밌어’, ‘이건 된다’라고 생각할 때, 그 판단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보고 싶은 데이터만 보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자신만의 경험을 일반화하는 과신 편향(Overconfidence Bias)에 빠진다.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관점이 개입되는 시스템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그리고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을 고려하는 팀 구조가 중요하다. 이는 마케팅 실패를 막는 최소한의 방파제다.
4. 모든 이슈몰이가 좋은 건 아니다
‘일단 화제만 되면 성공’이라는 전략은 이제 오래된 착각이다. 소비자는 노이즈에 예민하다. 특히 그것이 윤리적 경계를 넘었을 때, 그 반작용은 브랜드에 치명적이다.
이슈몰이는 분명 짜릿하다. 그러나 그 끝에는 종종 반기업적 정서(Anti-Brand Sentiment)가 남는다. 긴 호흡으로 브랜드 자산을 쌓아야 할 마케팅에서, 그 파장은 너무나도 크다.
5. 마케팅에도 윤리가 필요하다
이제 마케팅은 ‘팔기 위한 설득’이 아니라 ‘신뢰의 커뮤니케이션’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마케터가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은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 콘텐츠가 소비되는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 파급 효과를 냉정히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기업은 마케팅 윤리 강령(Codes of Ethics)과 정기적 윤리 감사 시스템(Ethical Review Process)을 구축해야 한다. 명문화된 기준과 반복적인 학습 없이는, 같은 실수가 다시 반복될 뿐이다.
“이건 단순한 광고 실패가 아니다”
비비고는 이번 사례를 통해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유행을 따라가는 것은 쉽지만, 본질을 지키는 일은 어렵다. 그리고 그 어려운 일을 잘 해낸 브랜드만이 오랫동안 사랑받는다.
다시 묻는다.
브랜드는 왜 존재하는가?
바로 그 질문 앞에서, 콘텐츠는 기획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