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람이 남긴 질문

순간최대풍속 20m/s. 날씨 앱이 경고를 띄웠다. 어제는 집에 있었다. 창밖으로 나무들이 격렬하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오늘의 산책을 기약했다. 오늘도 바람은 불었다. 어제보단 잦아들었지만, 여전히 차갑고 거칠었다. 목도리를 한 번 더 감고, 반려견들의 외투를 단단히 채웠다. 주말 오후, 우리 가족의 산책 시간.

산책로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다. 쓰러진 나무.

길을 막고 있는 굵은 몸통. 어제의 바람이 남긴 흔적. 멀쩡해 보였다. 썩지도, 벌레 먹지도 않았는데 쓰러졌다.

더 걷자, 더 많았다. 부러진 가지, 쓰러진 나무들.

뿌리가 얕았다. 땅속 깊이 내려가지 못한 채, 표면만 붙잡고 있었던 나무들. 바람이 불자, 견디지 못했다.

자연은 가차 없다.

환경을 버틸 힘이 없으면, 꺾인다. 바람이 불고, 견디지 못한 것은 쓰러진다.

요즘 뉴스에서 자주 듣는 단어들이 떠올랐다. 정리해고. 희망퇴직. 구조조정.

고성장은 끝났고, 저성장이 일상이 되었다. 경제라는 거대한 바람이 분다. 예측 불가능하게. 그 바람 속에서 누군가는 견디고, 누군가는 쓰러진다.

쓰러진 나무 옆으로, 여전히 서 있는 나무들이 있었다.

같은 바람을 맞았을 텐데. 무엇이 달랐을까.

오랜 시간 깊이 뿌리내린 나무. 바람 부는 날마다 조금씩 더 단단해진 나무. 그런 나무들은 서 있었다.

나는 지금 어떤 나무인가.

뿌리는 깊은가. 단단한가. 조직이라는 숲에서, 나는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가. 환경이 변할 때, 나는 변화와 함께 성장했는가. 아니면 익숙함에 안주하며, 얕은 뿌리로만 버티고 있었는가.

답을 찾기보다, 질문을 품고 돌아왔다.

자연은 잔인하지만, 정직하다.

겉만 멀쩡한 나무는 언젠가 쓰러진다. 반대로, 조용히 뿌리 깊게 자란 나무는 어떤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직장도 그렇다. 아니, 삶도 그렇다.

변화는 온다. 예고 없이, 거세게. 그 변화 속에서 견디려면, 지금 뿌리를 내려야 한다. 깊이. 단단하게. 매일 조금씩.

집에 돌아와 창밖을 봤다. 바람은 여전히 불고 있었다.

그리고 나무들은, 흔들리며 서 있었다.

쓰러지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깊이 뿌리내리기 위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나도 그렇게 흔들리며, 단단해지고 싶다.

 

생각할 질문
당신의 뿌리는 지금 어디까지 내려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