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도시를 거닐며 세상의 흐름을 관찰하는 '플라뉘르'입니다.
오늘 제 눈에 비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단순한 오락의 장이 아닌, 문화와 거대 자본이 복잡하게 얽힌 서늘한 거리 풍경처럼 다가옵니다. 최근 붉어진 K-Pop 업계의 소요 사태를 지켜보며, 저는 문득 18세기 이탈리아의 오래된 기록 하나를 떠올렸습니다. 바로 '카스트라토(Castrato)'입니다. 소년 시절의 거세를 통해 인위적인 고음을 유지했던 그들과, 오늘날 완벽을 위해 청춘을 담보 잡히는 K-Pop 아이돌. 인간의 희생을 통해 '완벽한 예술'을 조립해 낸다는 점에서 이 두 현상은 소름 돋을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오늘은 18세기의 '예술 공장'과 2026년 현재의 K-Pop 시스템을 겹쳐 보며, 뉴진스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잔혹한 교훈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어려운 용어는 내려두고, 함께 산책하듯 따라와 주시길 바랍니다.
천사를 제조하는 공장, 그리고 아이돌 시스템
예술의 역사는 종종 인간의 몸과 시간을 '상품'으로 치환하는 과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17~18세기 이탈리아에서 '천상의 목소리'로 추앙받았던 카스트라토는 사실 신학적 규칙과 가난이 만들어낸 비극적 산물이었습니다. 빈곤한 부모들은 아들을 거세하여 스타로 만들면 가족 전체가 부유해질 수 있다는 '대박의 꿈'을 꾸었고, 나폴리의 음악원은 이 소년들을 철저히 통제하며 기교 넘치는 목소리를 제조했습니다.
놀랍게도 이 구조는 현대 K-Pop의 육성 시스템과 정확히 겹쳐집니다. 오늘날의 기획사는 현대판 음악원입니다. 연습생들은 10대 초반부터 입소하여 수면 부족과 감시, 극단적인 체중 조절을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강요받습니다. 카스트라토가 신체를 훼손했다면, K-Pop 아이돌은 성장기의 사회성과 자아를 거세당합니다. 뉴진스 멤버들을 포함한 수많은 아이돌이 학업을 중단하고 검정고시를 택하는 현실은, 이들이 사회적 존재로서 성장할 기회를 박탈당했음을 시사합니다.

카스트라토, 천사를 만드는 공장
카스트라토는 17~18세기 유럽, 특히 이탈리아 남부에서 유행한 현상으로, 교회 음악에서 여성 목소리를 대체하기 위해 소년들을 거세한 뒤 전문적으로 훈련시킨 가수들을 말해요. 이는 단순한 음악 스타일이 아니라, 빈곤한 가족의 생존 전략과 연결된 사회적 시스템이었죠.
- 탄생 배경: 교회에서 여성이 노래하는 걸 금지한 신학적 규칙 때문에 시작됐어요. 하지만 진짜 동기는 경제적 빈곤 – 가난한 부모들이 아들을 거세해 스타 가수로 만들면 가족 전체가 부유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수술은 위험했지만, 성공 시 막대한 부를 약속했죠. 이는 오늘날 K-POP에서 데뷔 확률이 낮아도 수많은 아이들이 도전하는 모습과 비슷해요.
- 훈련 시스템: 나폴리의 음악원(Conservatory)은 현대 K-POP 연습실의 원형처럼, 소년들의 일상을 철저히 통제했어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발성 연습, 음악 이론, 무대 매너를 반복하며 ‘완벽한 목소리’를 제조했죠. 부모는 ‘도제 계약’으로 아이를 넘기고, 음악원은 훈련 비용을 대신해 데뷔 후 수익을 착취했어요.
- 인기와 미학: 카스트라토의 목소리는 자연스럽지 않은 ‘기교’와 ‘경이로움’으로 사랑받았어요. 스타인 파리넬리(Farinelli)는 현대 아이돌처럼 팬덤을 형성했죠. 하지만 이 ‘인위적 아름다움’은 시대가 변하며 비윤리적이라는 비판을 받았어요.
- 몰락: 18세기 말 계몽주의(인권과 자연을 중시한 사상 운동)와 낭만주의(감정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한 예술 운동)가 퍼지면서 카스트라토는 ‘야만적 신체 훼손’으로 여겨졌어요. 법적 금지와 함께 사라졌죠.
아무리 훌륭한 결과라도 과정이 윤리적 기준을 넘으면 지속 불가능해요.

K-POP 아이돌, 청춘을 갈아 넣는 현대판 음악원
K-POP 시스템은 카스트라토처럼 ‘완벽’을 추구하지만, 신체 대신 시간과 사회성을 희생해요. 연습생들은 10대 초반부터 기획사에 들어가 가혹한 훈련을 받죠. 일부 논의에서 K-POP의 안드로지너스한 매력과 희생이 카스트라토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연습생 일상: 새벽 기상, 체력 단련, 보컬/댄스 연습으로 하루를 채워요. CCTV 감시, 연애 금지, 체중 검사 등으로 통제되며, 수면 부족이 ‘열정’으로 미화되죠. 이는 카스트라토의 신체 조절과 유사해요.
- 교육 포기: 경쟁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GED,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를 선택해요. 뉴진스 멤버들처럼요. 이는 사회화 기회를 빼앗아, 데뷔 실패 시 우울증이나 부적응을 초래해요.
- 부모와 계약: 부모들은 ‘성공’을 위해 시스템을 묵인하지만, 최근 뉴진스 부모들처럼 반발하는 경우가 늘어요. 연습생 계약은 훈련 비용을 ‘빚’으로 만들어 기획사에 종속시키죠.

뉴진스 사태: 시스템의 균열과 적나라한 민낯
지난 2년간 우리가 목격한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 분쟁'은 이 화려한 시스템의 붕괴를 알리는 서곡이었습니다. 프로듀서 민희진은 '자연스러움'을 표방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또한 기획된 '인공 자연'에 불과했습니다. 그녀는 멤버들과 부모의 욕망을 하이브와의 경영권 분쟁에 이용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멤버들을 여론전의 방패막이로 세웠다는 지적, 그리고 복귀 후 "멤버들의 선택"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은 어른들의 무책임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부모들의 개입 또한 사태를 악화시켰습니다. 그들은 자녀의 보호자를 넘어 기획사의 경영에 개입하는 '투쟁가'로 변모했습니다. 이는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 사태와 마찬가지로, 전속계약의 장기화와 불공정 구조, 그리고 외부 세력의 개입이 빚어낸 참사였습니다.
2025년 말, 뉴진스 멤버들이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ADOR로 복귀를 결정함으로써 사태는 일단락된 듯 보입니다. 2026년 활동 재개가 예고되었지만, '잃어버린 2년'의 공백과 찢겨 나간 팬덤의 신뢰,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돌 개인들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은 누가 보상할 수 있을까요?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시스템의 부속품으로 전락한 젊은 아티스트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멤버 다니엘의 전속계약 취소와 민희진, 다니엘, 그리고 다니엘의 가족 vs 소속사 ADOR의 법정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4명 멤버의 복귀와 소송 결과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대중 시선과 윤리
카스트라토처럼 K-POP도 ‘학대’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재정의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2023년 개정된 ‘이승기 사태 방지법’(미성년자 노동 제한)은 긍정적이지만, 현장 적용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입니다. 팬들은 이제 공장형 완벽함보다 인간적 진정성을 갈망하고 있습니다.
K-POP의 미래는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뉩니다.
- 첫째, 인구 절벽 현상으로 연습생 공급이 감소하면서 해외 인재 유입이나 성인 중심 그룹으로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 둘째, AI 기반 가상 아이돌(예: MAVE:, PLAVE)의 등장은 윤리적 리스크 없이 완벽한 퍼포먼스를 제공하지만, 진정성 부족이라는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 셋째, 아티스트가 자율성을 요구하는 파트너십 모델로의 진화는 포스트-아이돌 시대를 예고합니다.
영원한 취향은 없다 오직 변화할 뿐
역사는 말해줍니다. 과정이 윤리적이지 않다면, 아무리 화려한 결과물도 지속될 수 없다고 말이죠. 계몽주의의 확산과 함께 카스트라토가 '야만적 신체 훼손'으로 규정되어 사라졌듯, K-Pop의 육성 시스템 또한 '아동 학대'의 관점에서 재평가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중의 취향은 변했습니다. 팬들은 이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완벽함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윤리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람'을 원합니다. 인구 절벽으로 연습생 공급은 줄어들고, 윤리적 리스크가 없는 버추얼 아이돌이 부상하는 지금, 기존의 K-Pop 시스템은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산책을 마치며 생각합니다. K-Pop이 '21세기의 카스트라토'라는 오명을 쓰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인간의 권리를 자본보다 우위에 두어야 합니다. 투명한 정산,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법적 장치, 그리고 무엇보다 아티스트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뉴진스의 복귀가 단순한 활동 재개를 넘어, 병든 시스템을 개혁하는 신호탄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산업 전체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진짜 붕괴는 이제부터 시작일지도 모르니까요.
오늘의 산책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이 거대한 쇼비즈니스의 이면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 글을 쓰다가 문득, 지금 왜 All Day Project (ADP)가 주목받는지에 대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장형 모델에서 완성형 모델로 변모하는 산업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살펴보시죠.
[K-Pop의 변화] 소년 소녀는 가고 '전문가'가 온다 (feat. AD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