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얍삽이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2017년 어느 여름날, 나는 서울의 한 사무실에서 민다(MINDA)의 대표님을 직접 만났습니다. 두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민박이라는 산업에 대한 이야기, 창업 초기의 경험,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 등을 나눴습니다. 그 시간은 짧지 않았고, 내가 한 사람의 ‘전문가’를 만났다고 느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함께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지만, 나는 쉽게 승락하지 못했습니다. 그 시기, 나는 그 시기에 번아웃을 경험 하고 있었고, 다시 도전하기엔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분명히 기억나는 건 “이 사람은 진짜다”라는 인상. 그 자신감은 허세가 아니라,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그런 민다가 최근 마이리얼트립과의 법적 분쟁에 휘말렸습니다. 마이리얼트립이 민다 플랫폼을 통해 한인 민박 호스트들의 정보를 무단으로 취득했다는 사건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데이터 탈취가 아니라, 우리가 ‘경쟁’과 ‘성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되묻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데이터 탈취인가? 전략인가? 데이터 윤리

1. “윤리”는 서비스의 기능인가, 존재 이유인가?

사건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마이리얼트립 소속 직원이 민다에 가짜 예약을 반복하며 호스트들의 연락처와 SNS 정보를 확보했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영업 활동을 펼쳤다는 내용입니다. 법원은 마이리얼트립의 업무방해 행위는 인정했지만, 부정경쟁방지법상 ‘데이터 탈취’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해야 합니다.

“합법이면, 괜찮은가요?”

서비스 사업자가 지켜야 할 윤리는 법적 기준 이상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의 노력이 축적된 데이터, 오랜 시간 쌓인 신뢰를 무단으로 가져가는 행위는, 법적으로는 회색지대일지 몰라도 고객에게는 분명히 신뢰의 배신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2.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직은 결국 무엇을 잃게 될까?

후발주자가 선두 기업의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시도는 흔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문제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허위 예약과 무단 접근을 통해 데이터를 확보한 경우, 기업 내부의 문화와 철학이 의심받게 됩니다.

  • 목적이 선하더라도, 과정이 비열하면 결국 신뢰는 무너집니다.
  • 수치로 측정되는 성과는 당장은 눈에 띄지만, 윤리는 매출보다 천천히, 그러나 더 깊게 영향을 남깁니다.

이런 행동은 단기적인 마케팅 비용 절감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가치에 치명타를 줄 수 있습니다. 한 번 실추된 신뢰는 광고비로 회복되지 않습니다.

3. 데이터 분쟁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사례들

이번 사건 외에도 법원은 유사한 데이터 분쟁에 대해 다양한 판단을 내려왔습니다.

이 판례들이 시사하는 건 단 하나입니다.

데이터를 다룰 때, ‘기술적으로 가능한 것’과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다르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공정한 경쟁’이라는 기준입니다.

우리는 프로가 될 것인가, 얍삽이가 될 것인가?

게임에서도 공정하게 실력과 전략으로 승부하면 프로가 됩니다. 반면, 핵이나 치트키로 승리하면? 그건 그냥 동네 PC방 얍삽이일 뿐이죠. 중요한 건 그 얍삽이가 게임을 떠나도 똑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려고 한다는 점입니다.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기획하고,
  •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기 위해 투자하며,
  • 파트너십을 쌓기 위해 신뢰를 축적하는 일.

이건 돈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반칙으로 시장을 흔드는 플레이어가 나타났을 때, 우리는 더 큰 목소리로 “그건 아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이제, 산책자는 묻습니다.

  •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있는가? 성과인가, 존재 이유인가?
  • 데이터를 다룰 때, 우리는 관리자인가, 약탈자인가?
  • 스타트업 문화가 말하는 ‘빠른 성장’은, 무엇을 전제로 하고 있는가?

민다-마이리얼트립 사건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이런 문장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있습니다.
전략과 실력으로 평가받는 프로가 될 것인가,
아니면 빠른 길을 택한 얍삽이로 기억될 것인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소송이 아니라,
‘졌지만 잘 싸운 자’와 ‘이겼지만 얍삽했던 자’ 사이의 차이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