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Problem Holder가 Problem Solver보다 중요한가
회의실에 들어섰을 때, 그들은 이미 답을 가지고 있었다. 슬라이드는 완벽했고, 로직은 탄탄했다. 그런데 나는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게 정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일까?'
최근 AI 워크플로우가 화두다. 그러면서 한 가지가 더 명확해졌다. 중요한 건 'Problem Solver'가 아니라 'Problem Holder'라는 것. 문제 해결사는 언제나 능력을 인정받는다. 빠르게 답을 찾고, 효율적으로 실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왜 지금, 문제를 '품는' 사람이 더 중요하다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잘못된 질문의 답을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진짜 해결사는 다르다. 그들은 문제 자체를 의심한다. "이게 본질적인 문제인가?", "우리가 풀어야 할 우선순위가 맞나?", "이 문제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사람은 질문이 다르다. 그리고 그 질문의 차이가, AI를 쓸 때도 드러난다.
같은 ChatGPT를 써도 누군가는 표면적인 답을 얻고, 누군가는 본질을 파고든다. 차이는 도구가 아니라 질문에 있다. "이 데이터를 분석해줘"라고 하면 AI는 데이터를 분석한다. "이 데이터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패턴은 뭘까?"라고 하면 AI는 다르게 접근한다. 차이는 미묘하지만 결정적이다.
해결사는 '어떻게'에 답하고, 품는 사람은 '무엇을'과 '왜'를 묻는다. AI 시대에 기계가 잘하는 건 '어떻게'다. 하지만 '무엇을'과 '왜'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문제를 온전히 품고 있는 사람의 몫이다.

카페에서 노트북을 펼치고 앉아 있을 때 문득 생각했다. 내가 풀려고 하는 문제는 정말 '내' 문제일까? 아니면 누군가 정의해준 문제를 그저 풀고 있는 걸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다. 모두가 A를 해결하려 할 때, 정작 문제는 B에 있을 수 있다.
잘못된 문제를 빠르게 풀면, 잘못된 곳에 더 빨리 도착한다. 조직의 진짜 위기는 문제를 못 푸는 게 아니라, 잘못된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를 품는 사람이 중요하다. 해결사가 차를 운전한다면, 품는 사람은 '우리가 정말 거기 가야 하나?'를 묻는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해결사인가, 품는 사람인가? 주어진 문제를 풀고 있는가, 진짜 문제를 찾고 있는가?
AI 시대가 와도, 아니 AI 시대이기에 더, 이 질문이 중요하다. 기계는 풀지만 품지는 않는다. 답하지만 묻지는 않는다. 문제를 품는 일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의 몫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지금 풀고 있는 문제는, 정말 풀어야 할 문제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