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해결하고 난 후였다. 모니터 앞에 앉아 결과 화면을 바라보는데, 묘한 감정이 밀려왔다. 이것은 뿌듯함이었다. 테니스 대회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순간과 비슷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지금 하는 마케팅이 '재미있다'고 말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쉽지 않고, 때로는 지루하고, 반복적이고, 예상치 못한 문제들로 가득하다. 그런데도 나는 이 일을 계속한다. 왜일까?
오늘 나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문제를 해결했다. 발행하는 콘텐츠의 인덱싱과 노출이 갑자기 줄었다. 원인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가설을 세웠다. 알고리즘? 경쟁사? 계절적 요인? 하지만 답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기본부터 다시 점검했다. 콘텐츠를 하나하나 뜯어봤다. 그리고 발견했다. 어느 순간부터 에디터가 디자인에 신경 쓰느라 글의 구조화 태그를 모두 무시하고 있었다. 수정했다. 기다렸다.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 순간, 희열이 왔다.
나는 깨달았다. 내가 말하는 재미는 '즐거움'이 아니었다. '성취감'이었다. 테니스 경기에서 마지막 포인트를 따낸 순간. 막막했던 문제가 풀리는 순간. 예상했던 결과가 나타나는 순간. 그때 느끼는 짜릿함. 그것은 쉬운 일에서 오지 않는다. 고민하고, 관찰하고,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그 과정 끝에 오는 것이다.
마케팅이 재미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여전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그 성취감은 확실히 안다. 어쩌면 그것이 나의 재미다.
문제는, 성취감을 느끼려면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유 없이 일할 때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처리'하게 된다. 이미 예상된 문제가 방치되어 있다가 갑자기 터지고, 어떻게든 유지만 해야 하는 상황. 그때는 의욕도 떨어지고,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거지?" 하는 의문만 생긴다. 여유는 시간이 많다는 뜻이 아니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뜻이다. 내 경험에만 의존하지 않고, 기본부터 차근차근 점검할 수 있는 여지. 역설적이게도, 여유가 있을 때 문제는 더 빨리 해결된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지금 나는 여유가 있는가? 문제 해결의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가? 답은 때로 '예'이고, 때로 '아니오'다. 하지만 이 질문을 계속 던지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재미있는 일은 어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일 안에, 여유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할 때, 그 성취의 순간. 그것이 나의 재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