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36년을 살았습니다.
그리고 강아지들과 함께 서울 근교의 시골 마을로 이사 온 지 9년이 지났네요.
이곳은 저녁 7시만 되면 신호등이 점멸등으로 바뀌고, 하루가 고요하게 멈춥니다.
서울의 끓어오르는 에너지도, 네온사인의 화려함도 없는 곳.
그저 ‘쉴 수 있는 리듬’이 존재하는 동네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땐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잔디를 깎는 것도, 나무를 돌보는 것도, 잡초를 정리하는 것도.
그저 ‘서울촌놈’ 하나가 시골에 도착했을 뿐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이사 오자마자 찍었던 마당의 나무 사진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너무 작고, 앙상하고, 힘이 없어 보이는 나무 한 그루.
그게 지금은 튼튼하게 자라, 여름이면 그늘도 만들어주는 나무가 되었지요.
그 사이, 중요한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첫 가지치기입니다.

‘이 가지는 아깝고, 저 가지는 죽을까 봐 무섭고…’
처음 가지치기를 했을 때, 온갖 망설임이 머릿속을 채웠습니다.
“이 가지는 아까운데…”
“여길 자르면 나무가 죽는 건 아닐까?”
“너무 많이 자르면 다시는 안 자라면 어떡하지…”
그렇게 우물쭈물하다 보니, 정작 중심 줄기는 더 약해지고
옆으로 아무렇게나 뻗은 가지들만 늘어나 있었습니다.
무성한 것 같지만, 정작 ‘단단하지 않은 나무’가 되어버린 겁니다.
어느 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눈을 감고 가지를 잘라내기 시작했습니다.
방향 없이 자란 가지, 빛을 가리는 가지,
바람 불면 쉽게 부러질 것 같은 약한 가지들까지.
모두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자—
처음엔 망쳤다고 생각했던 나무에,
더 튼튼하고, 더 선명한 방향의 가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콘텐츠 마케팅도 같다
마케팅을 하다 보면, 우리는 정말 많은 콘텐츠를 만듭니다.
블로그, 쇼츠, 소셜미디어, 이메일, 광고, 이벤트…
하나하나 만들 땐 이유가 있었고, 정성이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이건 예전에 성과가 좋았는데…”
“이건 고생해서 만든 거라…”
“혹시라도 누가 찾아보면…”
하지만 그렇게 가지를 자르지 못하면,
우리 브랜드도 중심을 잃습니다.
고객도, 조직도 방향을 잃게 되죠.
콘텐츠를 관리하는 마케터는 ‘생산자’가 아니라,
‘정원사’처럼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 브랜드의 중심을 흔드는 콘텐츠는 과감히 제거하고
- 성과 없는 채널은 과감히 줄이고
- 전략과 맞는 메시지만 선별해 키워야 합니다.
단단한 브랜드는
콘텐츠가 많은 브랜드가 아니라
가지치기를 통해 방향성을 세운 브랜드입니다.
정리하는 사람, 결정하는 사람
마케팅 팀원들은 대개 콘텐츠 하나하나에 애착이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수십 시간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니까요.
하지만, 리더는 달라야 합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제거할지
어떤 줄기로 브랜드가 자라야 할지
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
그게 전략을 설계하는 마케터입니다.
오늘도 당신은 가지를 뻗고 있을 겁니다.
그 가지는 지금 필요한 가지인가요?
아니면 중심을 약화시키는 무게인가요?
당신의 콘텐츠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나요?
혹은, 무성한 가지 속에 길을 잃고 있진 않나요?
다음시간에는 247COMPASS 와 함께 가지치기를 진행한 케이스를 공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