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 전화가 왔다.“고객님, 정○○ 고객님 맞으시죠?”나는 더 이상 놀라지 않는다. 그들은 내 이름을 안다. 내 주소를 안다. 내가 지난달 무엇을 샀는지도 알 것이다.쿠팡, 3천370만 개KT, 2만 개SKT, 2천324만 개롯데카드, 297만 개천만, 이천만, 삼천만. 숫자를 나열하다 보면 무감각해진다. 나는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당신도 아마 그럴 것이다.한국에서 가장 큰 기업들이 내 정보를 지키지 못했다. 내가 믿고 맡긴 곳들이.“고객님의 소중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약관 어딘가에 쓰여 있던 문장. 나는 읽지 않고 ‘동의’를 눌렀다. 어차피 동의하지 않으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었다.내가 아무리 조심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비밀번호를 복잡하게 만든다. 이중 인..